2017. 12. 13. 19:56

올 한 해는 어느 한 해보다도 글로 된 기록을 체계적으로, 많이 남기지 않았다.


짧고 체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소셜 미디어에는 글을 어느 때보다 많이 남긴 것 같다.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럴 계기가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

그동안의 수많은 기록들이 남겨진 플랫폼은 더 이상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문제는 물론,

그곳에 더 남겼을 때 어떤 보안의 문제나, 지속성의 문제까지 있어 쓰지 않게 되었고..


이곳에 쓰는 것은 체계성(?)이나 검색의 용이성을 생각하면 좋은데,

너무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라 어떤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쓰지 못 한다는 점이 아쉽다.

군대에 있을 때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지만,

어떤 재갈을 문 기분은 똑같다고나 할까....



12017년 1월.

새해 첫날 0시 땡 하던 순간에 집이 아닌 보신각 앞에 있었다.

(사실 그 전에 집회

대전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생활을 본격적으로 즐겨보려던 때였다.

그동안 평일에 서울에서 하지 못 했던 것들을 하기도 하고.

독일에서 알게 된 지인들을 한국에서 만나고,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을 하고,

군대 후임의 전역식에 처음 가보고 아마도 용산기지에 마지막으로 방문해보고,

12월엔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 갔었는데, 변론 방청에 가서 정호성과 여러 변론들을 보고 오기도 했다.

9시 30분에 가서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19시쯤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 21시 넘어서까지 했다는 것 같았다.

대학교 선배도 만나고, 고향 친구도 만나고, 국회에서 프랑스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가기도 했었다.

참, 프랑스 교환학생 친구가 한국을 떠나기 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름의 서울투어를 시켜주기도 했었다.

설 연휴여서 운현궁에서 떡국을 나눠줘서 떡국도 먹어보고, 눈 내리는 날 하늘공원에 갔다가 DMC 한 바퀴 돌고 갔었다.


2월.

작년 여름 독일에서 만났던 친구가 컨퍼런스차 한국에 왔다가 대학로에서 만났다.

그 친구에게는 한국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꽤 재밌어 하는 것 같았다. 워낙 열려있던 친구라 그런지..

오랜 시간 집 근처에 있던 독일문화원에 평일에 처음 가보았는데, 마침 모교 총장님 부부도 오셔서 인사를 드렸다.

그 다음날엔 독일의 모 재단의 토론회에 가보기도 했다.

지난 여름부터 유럽에 교환학생을 갔었던 친구가 마침내 귀국해서!!

로운 마일스톤을 맞이하던 전날, 일요일에 만날 수도 있었다.

나름 쓸쓸했던 마지막 가을학기를 채워주어서 그런지 약간 애틋한 느낌도 있던 그런 때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한 생활은 생각보다는 만족스러웠다.

굉장히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직까지도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을 정도다.

특히 그때 마지막에 몇 친구가 복돋우는 말을 해주었던 것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다 같이 어떤 죽음의 문턱을 함께 넘나들었는데.. 그래서 더 좋았나.

참, 양궁을 처음 해보았는데, 옛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님으로부터 재능이 있다고 칭찬도 받았다 ^-^


학교 1년 선배가 결혼을 하기도 했다. 뭐 내 삶에 큰 영향은 없지만, 덕분에 학부 생활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3월.

교육은 계속 되었다. 다만 이전에 비해서 사람의 다양성이 줄어들었고, 어떤 통제됨이 심해졌던 그런 날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처음엔 심지어 막막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의외로 시간이 지날수록 놀려먹는 재미도 있었고, 재밌기도 했다.

장난감 같은 걸로 대회를 하면서 엄청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이 나를 새로 보았다고 했고,

독일에서 카누는 타 보았지만, 조정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것도 꽤 재밌었다.

물론 늘 물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을 가졌다는..


그러던 중에 주말에 독일 지인이 한국을 방문해서 같이 만나고, 또 저녁엔 집회에 가기도 했었다. (탄핵심판 선고 전 주말)


참, 조정하던 날 뛰어다니다 발목을 접질러서 병원에 가야 했었다.

심지어 생각보다 심각했다. 깁스를 하였고..


교육이 끝나고 마침내 새로운 곳에 가게 되었다.

사실 한 번 방문해보긴 했는데, 처음 갔을 때 약간 용산기지 방문할 때 받았던 기분?

그런 기분이었다. 통제되어 있어 한 번도 접하지 못 했고, 낯설던.


한달 전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도 했었고,

이때도 독일의 또 다른 지인이 한국에 와서 만났다.


4월.

거짓말 같은 4월의 첫 날, 또 독일의 지인을 만났다.

떠나기 직전 뭐라도 주고 싶다며 본인이 쓰시던 핸드크림을 주셨던..
그 마음이 너무 애틋했는데, 다시 뵐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좌절을 겪으며 팀에 들어갔고, 생각보다 그 팀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운이 좋았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자 퇴근을 어디로든 하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분당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러 퇴근하기도 하고, 곧 외국으로 떠나는 선배도 같이 만나기도 했다.


4월 16일은 부활대축일이었는데, 광화문에서 세월호 미사를 드리는데 학교 선후배들을 만나서 당황스러운 기억도 있다.

정말 너무 뜬금없이 만났던ㅋㅋㅋ 그래서 급 점심먹고 했던 날도 있었다.


그 다음 주말에는 전 세계적으로 있었던 행사와 더불어 March for Science 한국 행사가 열렸는데,

학교 동기를 우연히 만났고, 걸스로봇 분들이 있는 곳에 자연스레 합류해서 다녔었다.

어떤 나이 있던 사람이 이게 뭐하는거냐 하시니 설명을 해드렸는데, 이해를 못 하고 뭐라고 하려길래 무시하고 지나갔다.

고등학교 친구도 보았는데, 정말 거기 있을거란 생각은 못 해서 말은 안 걸어보고 왔던 그런 일도 있었다.


5월.

처음으로 휴가를 썼다. 노동절-석가탄신일-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연휴라.

부모님은 무슨 그런 걸로 휴가를 쓰냐는 반응이었지만, 세대 차이를 많이 느꼈다.

안경을 새로 맞췄고, 전주영화제에 처음 가보았다. 큰 규모의 영화제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

서울에서 KTX 첫 차를 타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영화제하는 곳까지 전주역에서 걸어갔다..

그래서 더 피곤했겠지만, 뭐 대책이 없었다. 그래도 초행자의 행운 덕인지 예매 줄 서는 곳에 잘 갔다.

정작 첫 차 타고 6시 40분에 전주에 도착했는데, 첫 영화는 11시 30분이었다는 함정..

영화를 1시간 간격으로 4편을 보았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마다 학교 선배를 만났다!

만나자고 했을 때도 만나고, 그렇지 않았을 때도 만나고, 심지어 마지막 영화는 같이 보았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풍년제과도 들렀다 가보라며 챙겨주시고 하루를 가득 채워주셨던.

그리고 KTX 막차를 타고 돌아왔다. 용산역에서 시내버스 막차를 겨우 뛰어서 타고,

집에 가는 버스를 겨우겨우 맞춰 타고 갔던 아찔한 기억.


다음날에는 홍대 상상마당에서 셀프 영화제를 했었다. 두 편을 연달아본..

그리고 그 다음날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두 편을 또 보았다.

심지어 그곳에도 외국으로 출국을 앞둔 학교 선배가 있었다...! 정작 영화관에 있을 땐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걸 몰랐음...

그렇게 3일 연속으로 영화제와 셀프 영화제를 하고 그랬다.


대선을 앞둔 때였다. 5월 8일 월요일, 퇴근을 광화문으로 했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들러 신촌의 유세장도 갔었다.

그리고 다음날 투표를 했고..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결과를 계속 지켜보았다. 새벽 1-3시 즈음 확정되는 순간도 보았던 것 같다.

다음날.. 취임식이 국회에서 열렸는데, 여의도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창문을 열려다 제지를 당했다는 얘기도 재밌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관련된 교육을 들었다. 매우 지루하고 졸렸다.

명쾌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눈높이에 맞춰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가 처음이었는데.

교육은 분당에서 있어서 판교에 가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도 했었다.


또 다른 교육은 종합운동장쪽이었다. 이것도 이해가 좀 안 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때도 좀 많이 졸렸는데 막 아닌척하고 그랬었다...ㅎㅎ..

하루는 끝나고 서울대 다니는 선배를 만나러 갔었는데,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녹색 광선>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데

그때 기분이 뭔가 되게 좋았었다. 바람 살랑살랑 불고, 나무 아래서 책 읽는 게 되게 즐거운 일이구나를 깨닫던?

서울대 안에서 설입까지 걸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고, 되게 멀다고 생각했는데 걸어가자고 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어떤 동남아 음식점에 갔고, 또 곧 문을 닫는다던 세계맥주집에 갔다. 그곳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직접 겪는 그런 곳이었다.

계산하고 나가는데, 맥주 컵 하나씩 가져가라며 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덕분에 독특하게 생긴 weissbier 컵이 하나 생겼다.


처음으로 예비군 훈련에 참가해보았다. 주변에 사병출신 1년차는 나밖에 없는듯 했다. 

훈련소 이후로 처음..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벨기에 리에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왼손잡이의 멋짐에 감탄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왼손을 더 자주 쓰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사무실에서도 마우스를 왼손으로 쓰고, 시계도 오른 손목에 차고)


5월의 마지막은 제주에 가서 보냈다.

어떤 수준이라는 건 좀 기대와 달랐지만, 몇 개월만에 어떤 힘겨움을 함께한 사람들을 보고 모인다는 게 재밌는 경험이었다.

당시 중국에서 괭생이모자반이라는 것이 제주 해안가를 덮치던 시기라 해안이 온통 붉은빛이었는데,

그걸 제거하는 봉사활동도 했다. 그 냄새와 비주얼 등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었는데.


6월.

6월의 첫 날은 한라산. 날은 무척 좋았는데, 신기하게 정상에 올라가니 무척 흐리고 바람이 쌩쌩 불었다.

9년 전에도 한라산을 올랐는데, 그때와는 다른 코스로 올라가서 그런지 느낌이 무척 달랐다.

마지막날엔 다들 사진 찍고 다니느라 정신없이 다니는데 바다를 따라 쭉 걷는 게 너무 좋아서 계속 혼자 걸었다.

육지 근처에는 어김없이 괭생이모자반이 떠다녔지만 (중국에서 왔다는데 왜 남동쪽 해안가에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먼 바다는 무척 푸르고 그랬다. 제주에 가는 길에 오지 못 한 아이들, 사람들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때 이후로 바다를 볼 때면 무심하단 생각이 많이 든다.


매우 피곤했던 그 주 주말엔 서울숲에 가서 친구와 테이크아웃한 도시락(?)을 먹고 산책도 했다! 참 울창하고 푸른 날이었다.

미국에서 학기를 마치고 잠깐 한국에 온 친구와 곧 미국으로 유학갈 친구를 함께 보고,

망한 콘서트도 보았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이었는데..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참...ㅎㅎ

돈은 버렸지만, 그 덕에 학교 선배와 더불어 다른 두 분도 새로 알게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소셜미디어에 글을 다시 많이 쓰게 되었다.

그 선배에게 이래저래 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참,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있었다. 그것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서대문구 구민 할인도 있어서 한 번 받기도 했다.

이걸 간다는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자기도 그거 한 번 가보고 싶었다며 다음날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 한 영화를 보게 되었고.. (80년대 영화였나) 그래도 꽤 재밌었다.

심지어 GV까지 있어서 나이 많으신 감독님이 오시기도 했다.


6월엔 처음으로 주말에 일을 해보았다. 견학을 돕는 일이었는데, 초-중학생들의 시선은 또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자전거도 수리해서 한강에서 탔다. 처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중도포기하고 전철을 타고 집에 갔던 그런 날이었다.


또 다른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한국에 왔었다.

이슬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그에게 밥을 사주고, 그를 꼬셔서 서울 7017에 가고, 문화역서울에도 갔다.


그동안 가봐야지 하던 예전에 살던 동네의 과자가게에 가서 과자를 사서, 지인의 연주회에 갔었다.

거기서 독일에 있는 줄 알았던 또 다른 지인을 만났고,

그러다 막차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한창 얘기하느라 늦어서 다음날 매우 피곤했다..


오랜만에 볼링을 할 일이 있었는데, 오른손으로 하다 잘 안 되자  왼손으로 했더니 스트라이크를 해냈고,

한번은 10번째 때 3번 연속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다 실력이 아닌 운이었다는거-


7월.

처음으로 어떤 사인회에 가보았다. 바로 김영하 작가.

그때 한창 알쓸신잡을 하던 때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즈음에 책을 많이 샀었다.

아침부터 번호표를 나눠준다고 했는데 걱정하다가 점심쯤 가서 번호표를 받았고 (81번인가 그랬다)

이수역 아트나인에 가서 영화를 보고 5시에 갔었다. 뭔가 날카로운듯하면서도 신기했다.

사실 tedxseoul 강연으로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너무 익숙하긴 했는데..


뭔가 기대하던 영화를 보러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별로였던 그런..

하지만 그 영화를 본 덕에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전시는 나쁘지 않았던ㅎㅎ


그리고 2주 동안 서울에서 통근을 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에 출근길에 참여(?)하는 게 나름 재밌기도 했고,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6시 15분쯤 나와서 가는 길이 좀 피곤하긴 했지만..

사실 30분 늦게 가도 괜찮았는데, 아침을 주는 시간 때문에 일찍 가곤 했다.

일은 나름 재밌었다. 개허접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에이스였고...ㅎㅎ 퇴근도 매일 빨리했다.


서울에서 통근하는 2주 동안 그동안 못 만나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독일의 지인, 학교 선배, 단 둘이 따로 만난 적 한 번 없던 학교 선배, 모르는 사람 등..


그리고 그 끝의 주말엔 '브로콜리 너마저'의 <이른 열대야> 공연에 갔었다!

이 얘기는 예전에 자세히 기록해둔 것 같으니-


7월 둘째주 월요일에 비가 무척 많이 왔는데, 그날 나의 최애 영화관에서 옥자가 개봉했었다.

퇴근하며 온 몸과 신발이 다 젖었고, 샤워하고 새 신발로 또 갈아신고 그 영화관에 갔는데(물론 또 온몸이 다 젖음ㅋㅋㅋ)

매진................ㅎ.. 그래서 옥자 안 봐!!!!!! 하고 마음 먹었는데...

그러고 1주일 후에 영화관에서 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주에는 내가 분리, 분해해볼거라고 생각도 못 했던 거대한 장비를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해보았다. 나름 재밌었던.

또 주말에는 친구와 책을 읽자며 카페에 모여 책을 읽기도 했고ㅋㅋ 독일의 지인의 집에 놀러가 아이와 놀기도 했다.


마지막주쯤엔 갑자기 쉬는 날이 있어서 오랜만에 모교에 방문했다.

미리 약속을 잡지 않고 간 탓에 불확실한 것들이 많아 사람들과 여유롭게 보지 못 하고 쫓기듯 인사하고 돌아왔다.


참, 군대 밖에서 처음으로 사격을 해보았다.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쫓기는 분위기라 너무 별로였다.

다시는 그런 식의 사격을 하러 가진 않을거야..


주말에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서 라라랜드 싱얼롱 상영이 있었는데, 이번엔 야외 무료상영이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자체적인 뮤지컬? 같은 것을 선 보이는 그런 것이 있었다. 그래서 더 흥겹기도 했고ㅎㅎ 야외에서 단체로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뭔가 더 흥미로웠다. 그치만 2시간 내내 서서 봄... 한여름이었는데...!


8월.

휴가 시즌이라 첫 주는 쉬었다. 얼마 전 오픈했던 용산 아이맥스에서 덩케르크를 보았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보기도 했다.

가족들과 시간이 하루 정도 되어 당일치기로 파주-고양 근방을 다녀왔는데, 사실 별로 실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이라는 곳이 새로 오픈을 했다기에 가보았으나 컨텐츠가 전반적으로 어린 아이에게 맞춰져서 그런지 좀 재미가 없었다...

뮌헨에서 갔었던 BMW 박물관 같은 곳은 이보다 더 흥미롭고 재밌었던 것 같은데-


몇 달 전에 예약해두었던 청와대 관람도 하였다. 약 2시간 가량 이뤄졌다.

초등학생 마지막 해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그때 가보았을지도 모르는 곳인데 그래도 가보니 신기했다. 날은 더웠고...

다 보고 청와대 관람자들만 볼 수 있다는 칠궁이라는 곳에도 가보았다.

해설이 있었고 제한되는 장소라 오래 볼 수는 없었다. 규모도 작긴 작았지만..


그 길로 DDP에 가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관련 강연을 들었다! 이런 강연 너무 오랜만이고 너무 재밌었는데ㅠㅠ

7년 전쯤 스쳐 뵈었던 분께도 인사도 드리고 좋은 시간이었다.


첫 주 주말에는 웰컴투 씨네리(씨네21)라는 경기다양성영화제? 행사에 신청했던 것이 당첨되어 그 행사에 갔다.

아침 일찍(?) 10시 반까지 여의도에서 버스를 타고 파주의 명필름 아트센터로.

버스에서 비교적 일찍 내렸는데, 바로 표를 받았고.. 제일 앞줄 자리를 받았다.

처음엔 맨 앞 줄이라는 점에서 좌절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보니 GV가 있어서..

GV를 할 때는 맨 앞줄이 좋잖아..? 하고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야근 대신 뜨개질>과 <재꽃>이라는 두 편의 영화가 있었다.

둘다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모두 맘에 들었다. <재꽃>은 시리즈로 이어져 온 영화인데, 앞의 영화들이 궁금했고ㅠ


<야근 대신 뜨개질>에서는 '어떤 것을 겪고 나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모든 곳에서 다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


<재꽃>의 GV에는 정하담 배우와 한예리 배우님이 나오셨다. 뭔가 되게 훈훈했던-


저녁에는 김혜리의 필름클럽 공개녹음이 있었는데, 그 또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팟캐스트로만 듣던 분들이 눈 앞에...! 김혜리 기자님, 최다은 PD님, 임수정 배우님...

사실 작년 12월 라라랜드에 빠진 직후에 잠깐 열심히 듣다가 한동안 거의 안 들었는데.. 왜냐면 영화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었고...

내가 영화를 많이 보고 있지 않은데, 관련없는 얘기를 듣는게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공개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번엔 2번째줄 한가운데!! 정말 자리 운이 좋았다..

사실 배우님을 제외하고는 어떤 분들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들어오셔서 이제 막 말을 시작하시는데...

너무 신기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직접 뵙고 나서부터는 꾸준히 챙겨듣고 있다. 영화를 보았든, 그러지 않았든.

(사실 그날 공개방송에 소개된 영화 <아메리칸 허니>도 그날 당시엔 못 보았고.. 2주 뒤에 보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것이 이런 식의 경험에서도 적용되는 것인지-



8월부터는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었는데, 무급 휴가의 느낌이라 굉장히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일 안 하고 돈도 안 받고, 얼마나 좋은지..

그런 일들이 계속 이어졌던 8월이었다.


아, 하루는 안산 대부도로 출장을 가기도 했었다. 처음으로 보호되지 않은 공간에서 운전을 해보았다. 뭔가 무섭기도, 한편으론 그냥 별거 아니란 느낌도 들고 그랬던- 오랜만에 길게 빠르게 운전해보니 재밌었다ㅎㅎ


마지막주에는 그동안 가려다 가지 못 했던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갔다.

항상 금요일 오후라 일하는 시간이 겹쳐 못 갔는데, 이렇게 휴가 안 쓰고 갈 수 있는 날이 또 생긴다..


9월.

첫날부터 금요일인데 황당하게 야근을 하고...

그 다음 수요일에는 밤을 새서 실험을 했다.

끝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냥 피곤에 골아 떨어져버린..


가을이 되어 예비군 훈련이 몇 번 있었다. 생각보다 널널했고,

사실 군복을 입고 있으면 무슨 안 좋은 일이든 미리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기대가 별로 크지 않아서 그런지 나쁘지 않았다.


또한 9월에는 서울시에서 건축과 관련된 행사를 이것저것 많이 개최해서 그걸 들으러 다니는 맛이 있었다.

밤샘근무를 한 다음날에도 3시간쯤 자고 '비엔나, 도시 이야기'라는 강연을 들으러 갔었고,

미래도시에 대한 강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연계 행사에 이것저것 참여하곤 했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 중 건축과 관련된 영화 상영도 있었고, 여러 토크들도 있었고, 투어 프로그램도 있었다.

mmmg의 강연, <아파트 생태계> 상영 및 토크, 문화비축기지 전시 투어 등등..


예전에 열심히 했었던 행사 시리즈 중에 서울대에서 하는 것이 있어 그 또한 오랜만에 가보았는데,

가보니 형색이 공식적이지 않은 행사 같았고, 기대했던 연사의 강연은 기대 이하였고, 소셜 파티 같은 게 있다고 했는데.. 없었다....

그래서 너무 실망했고, 겉과 실제가 많이 다름을 확인했다.


그 시간 즈음에는 여전히 언론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의도로 퇴근해서 광화문에 가서 집회에 함께 하고 그런 날도 있었다.


이승환의 falling for fall이었나.. 그런 공연도 있어서 처음으로 이승환님의 공연에 가보기도 했다.

문제는 초레어곡들만 연주하셨다는 것....ㅎㅎ...



예비군을 하던 중에 동료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기도 했었다.

막 2일차에서 3일차로 넘어가는 밤이었는데, 장례식장이 예비군을 하던 곳과 멀어서 어떻게 해야하나 전전긍긍했는데..

결국 밤늦게 올라가서 인사드리고 왔었다.


사실 그때 마음이 꽤 무거웠다. 동료는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고,

그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감당해야한다는 것은 무척 큰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정말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쪽지를 보냈고, 그는 진심으로 위로 받아서 고맙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 그 이후부터 그와 연대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서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서로의 생활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낮시간엔 서로 연대하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도 둘이 같은 편이냐고 그런 적도 있었고,

나에게도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혐오 발언을 하지 않고, 사생활에 대해 캐묻지 않아 무척 편안하고 소중하다.

나에게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연대가 되는 기분이다.



9월엔 이승환님의 공연에 가기도 했지만, 친구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이브 시네마 콘서트에 가자고 제안해서

평일에 약간 무리해서 공연을 보러 갔었다. (알고보니 그것은 중국에 있는 친구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었다..ㅋㅋㅋ)

약간 기억은 나지만 희미한 영화였는데, 확실히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음악도 좋았고-

하지만 막차를 타고 내려왔고, 다음날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9월 마지막날엔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 일에 참여했다. 5시간여를 그저 가만히 서있어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아침에도 새벽에 나가는데 허둥지둥...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겨우 도착한ㅠ

뭔가 인생을 걸었다고 말하기에는 좀 과분하지만,

그런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고,

조금 고통스럽기도 했다.



10월.

첫 주에는 연휴가 쭉 있어서 편안한 날이었다. 자전거를 고치고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추석 연휴를 맞아 중국에 있던 친구가 한국에 왔다. 중국에 가고 나서 처음 오는 것이었는데, 매우 반갑고 재밌었다.

이 와중에 나는 우리가 가려던 목적지가 다른 곳인줄 알고 다른 곳에 가게 만들뻔한 빌미를 제공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휴에는 큰집에 갔다가 순천에 갔다가 구례를 들러 다시 올라오는 일정이었다.

그때 이래저래 짜증을 냈던 것이 참 죄송하고 그런 마음이 들지만..

부모님과 내가 여행 같은 것을 다니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던 며칠이었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과 부모님이 보고싶은 게 다르고, 체력도 다르다.


주말엔 현대미술관의 여러 전시를 관람하고, DDP에서 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본 전시를 관람했다.

그 다음날엔 돈의문박물관 마을의 전시를 짧게 관람하고 투어에 참여했다.

내가 이전에 지냈던 곳과 무척 가까운 곳이었는데, 그에 대해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다.


연휴의 마지막엔 <우리의 20세기>와 <땐뽀걸즈>를 관람했다.

둘 다 정말 좋은 영화였다.


다시 돌아간 일상에선 축구라는 것이 추가되었다.

나의 의지와 다르게 축구대회에 강제 출전해야했고,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맛보았다..



하지만 그 주 주말엔 또 달리기 행사가 있었지..

그 코스는 오르막 내리막이 심했고, 같이 갔던 친구는 무리하지 말자며 적당히 뛰었다.

그러고 났더니 출발-도착지점에 기록과 함께 하는 포토월이 있음을 발견...

왜 알려주지 않았냐며! 저게 있는 걸 알았으면 더 열심히 뛰었을거라며...ㅎㅎ


사실 우리는 처음 가서 나무를 받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그 나무를 못 받고 좌절하다 그나마 대체 나무(?)를 주는 곳을 발견해 그곳에서 고무나무를 받았다.

끝나고는 둘다 지쳐서 치킨을 먹고 헤어졌다...



그 즈음에 스트레스가 극심했었다. 사람들과 말하는 게 두려운 날도 있었고,

단 둘이 있는 것이 싫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상담을 받으러 가보았다.

사실 학교에서도 그렇게 광고를 해대는데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정작 경험해본 사람들은 좋은 혜택이라며 필요할 때 가보라고 했는데.. 졸업하고 나서야 처음가보게 된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내 편이 있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 든든했던 것 같다.



10월 마지막부터는 학교에서 하던 행사와 비슷한 행사 기획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사실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이곳에서도 또래와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서 기뻤던 순간이기도 했다.

어느 수요일에는 또 무리해서 강연을 들으러 서촌까지 갔었고.. 늦게 도착해서 생각한만큼 재밌게 들을 수 있진 못 했지만,

진귀한 경험이었다.


충동적으로 flu shot을 맞았고, 주사라서 좀 당황했지만- 뭐 나름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독감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친구와 주말 늦은 밤 작은 상영관에서 전혀 예상치 못 한 영화를 보았고, 친구는 그 영화가 자신을 잘 설명해준다며 무척 맘에 들어했다.



10월 말부터는 내가 전혀 연관될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말로는 활동이지만 적을 두었다고 할까.



11월.

10월 마지막 이틀부터 11월 첫날까지 드라이빙 스쿨에 다녀왔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사고 걱정 없이(?) 원없이 운전하고 왔다.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데, 나는 폭주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어려운 것ㅠㅠ

3일 동안 업무와 안녕하고 꽤 재밌는 시간이었다.


첫 주말에는 지난번에 갔던 달리기 행사와 이어지는 나무심기 행사에 갔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갈 수 있었고..

(심지어 모여야 하는 시간이 아침 8시 반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수도권 매립지라는 청라 근처의 외진 곳에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매립지에 들어서는데, 핸드폰 전파도 잘 안 잡히는 곳도 있었고..

여기서 일행을 잃어버렸다간 영영 발견되지 못 하겠다는 두려움..


나무를 심는 곳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묘목들이 늘어서 있었고, 장갑과 삽, 비료 등이 펼쳐져 있었다.

나와 친구는 사람들이 많은 중앙이 아닌 제일 끝에서부터 심기 시작했다. 뭔가 우리들의 비주류성을 보여주는듯한..

상수리나무만 엄청 열심히 심다가 소나무를 심었던 것 같다.

근데 다들 쉬고 그러느라 정신없는데.. 우리는 나무만 열심히 심고ㅠ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무들이 심어지지 못 한 채 남았다..

남은 것들은 알아서 더 심는다고 했다...


그렇게 힘을 잔뜩 쓰고 내려와 늦은 점심겸 단촐한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신문을 깔고 담요를 깔고 앉았다 누웠다 하며 살짝 쌀쌀한 날을 즐겼다(?)..

그렇게 끝났고 집에 가는 길... 길은 막혔고 나는 불안불안..

왜냐하면 저녁에 이승환의 클럽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집에 들렀다 짐 두고 옷 갈아입고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그 복장과 짐을 들고 바로 홍대로...


그래도 클럽 공연은 재밌었다. 단촐하고 가까운 공연장에 신나는 곡들... 물론 내가 아는 곡이 이번에도 많지 않았지만;;


일요일에는 원치 않는 미팅들이 있었다.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어나는 것 같은 다툼.

쓸데없는 자존심, 큰 규모의 한국을 대표하는 곳에서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은 모습.

모든 것이 당혹스러운 그런 순간이었다.


둘째주. 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에 제대로 처음 참석했다. 나름 다양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다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약간 시니컬한 느낌도 많이 받아서 조금 어려웠던 자리였다.

어떤 시혜적 태도를 보이는 모습도 좀 그랬고.


주말에는 공공디자인에 관한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공공디자인에 대해 그렇게 심도있게 생각해본 적이 많이 없었는데, 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마지막 토의?토론?세션에 어쩔 수 없이 집에 갔어야 했는데, 일본인 연사와 말다툼이 좀 심했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들었다.

나도 솔직히 그의 태도에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있었다니 놀랍고 흥미로웠다.


그 저녁에는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났다. 6명 중 4명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2명이 더 등장해서 무슨 몰래카메라인줄...

오랜만에 흥겨운 시간을 보냈고, 밤은 조금 쌀쌀했지만 나름 따뜻한 시간이었다!


다음날 일요일엔 현대카드의 음악행사가 있어 그곳에 가기로 했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나온다길래 덥썩 신청했고, 권나무, 김사월x김해원 님도 있었다.

사실 잘 몰랐는데, 그렇게 직접 공연을 보고 나니 알게 되었던-

김사월님은 <땐뽀걸즈>에 나오는 음악을 하셨고,

김해원님도 나중에 <피의 연대기>라는 상상마당 배급 영화의 음악에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때 그렇게 알게 되지 않았다면 아예 기억도 하지 못 하고 넘어갔을텐데 알게 되어 기쁜 순간이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늘 그랬듯 멋졌고... 멘트도 너무 재밌었고ㅎㅎ 앵콜곡도 여럿 있었는데,

제일 마지막에 한 앵콜곡은 예정에 없이 리듬 지배자이신 드러머의 드럼에 맞춰 시작된 거라고...


셋째주.

행사 준비하는 팀의 회식이 있었다. 두번째 보는 것이었는데, 뭔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편안한 분위기였다.

특히 중간에 잠깐 나갔다가 거의 30분 동안 얘기를 했는데,

그나마 척박한 환경에서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을 하나 더 발견한 것 같아 기뻤다.

물론 생각이 다른 것이 분명 있고 그랬는데.. 그럼에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잘못된 것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금요일에 퇴근하고 나서는 블루스퀘어에서 엠네스티 그룹?인가에서 주최한 성평등 관련 강연을 들으러 갔다.

문화인류학적인 접근의 얘기였는데, 생각지 못 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피자를 먹고 싶었는데,

원래 먹으려던 곳은 일찍 문을 닫았고.. (이태원인데 왜 10시에 닫죠..ㅠ)


주말엔 친척 결혼식이 있었고, 결혼식을 제대로 감상하진 못 하고 축의금만 열심히 받다가 끝났다.

한국의 결혼식이란 무엇인가.. 무척 회의감이 가득했던..


다음날엔 지난주에 들었던 심포지엄과 함께 진행되는 전시를 보았다.


넷째주.

행사는 계속 준비되고 있었고, 일에서도 뭔가 쫓겨가는 중이었다. 프로젝트의 중대한 마일스톤이 하나 지나가고 있던 중이었고.

주말에는 강원도에 있는 곳에 가서 사용자 조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뭔가 설레게 만드는 장소에 직접 가본 것은 처음이라 재밌을 것 같았는데..

날은 추웠고.. 본격적으로 해야하던 날에는 비가 와서 마무리 짓고 일찍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비가 곧 눈으로 바뀌어 고속도로에 매우 굵은 눈발이 날렸다는 것...

그래도 나름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마지막주. 지난주 출장에 다녀온 사람들과의 회식이 있었고, 많이 빡쳤던 기억이 난다.

정말 수준 떨어져서.



12월.

하루종일 워크샵을 했고, 바로 회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엔 나도 약속이 있었는데..

친구가 오래된 나의 핸드폰을 보고 빨리 바꾸라며 중고핸드폰을 알아봐주었는데, 하루 전쯤엔가 마침내 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곧 독일 여행을 가게 되었고.. 하루라도 빨리 전달받아 써보고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야했다.

그래서 중간에 회식에서 나와 서울에 갔고... 친구가 말한 장소를 찾지 못 한 나는 방황하다 친구를 만났다...ㅎㅎ

사진도 찍어보고, 전화도 해보고.. 완전 상태 좋은 핸드폰이었다ㅎㅎ

이런 거 알아보는 거 완전 귀찮아 하는데, 친구 덕에 완전 횡재한.... 정말 고마웠다ㅎㅎ


주말에는 독일에서 알고 지내던 분께서 서울에 오셨다. 올해 초에 아예 귀국하셨는데, 그 이후에 직접 뵙는 건 처음이다.

늘 같이 뵙던 분과 함께 뵈었다가, 저녁에는 또(!) 이승환 콘서트가 있어서 먼저 나왔다.


올림픽공원쪽을 가는 김에 둔촌동에서 내렸다. 이미 늦은 시각이긴 했는데,

'안녕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에서 그날까지 스탬프 투어를 한다고 했었고..

사실 재건축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곳인지 한 번쯤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다 둘러보진 못 했지만, 조금만 둘러보았는데도 꽤 소중하고 따뜻한 곳이었다.

그곳도 한국의 다른 아파트 단지처럼 바뀔 걸 생각하니 정말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올림픽공원까지 걸어가서 공연장에 도착.

지난번까지 갔던 두 번의 이승환 콘서트는 규모가 작았는데, 이번엔 꽤 큰 규모다. 그래서 더 설레고 그랬는데-

막 관객들끼리 이벤트용 종이 비행기, 휴지폭탄 같은 걸 나눠주시고 그랬는데.. 그런 열정은 어디서 오는지 참 신기했었다.

꽃가루도 있었는데 공연장쪽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시킨...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고, 지난 두 번의 공연보다도 훨씬 좋았다. 아무래도 아는 곡이 많이 나와서 그랬지만..

규모가 아예 다르니까ㅎㅎ



둘째주. 또 워크샵이 있었고, 그날은 12월 7일이었다.

1년 전 오늘 라라랜드가 개봉했었고, 그날 오후 8시의 나는 상상마당에서 라라랜드를 보았는데.

나는 송년회 겸 회식을 째고 홍대로 향했다. 정말 라라랜드 덕후들을 한 곳에서 다 만나는 느낌....ㅋㅋㅋㅋㅋ

그곳에서도 막 자신이 직접 만든 굿즈들을 아무런 댓가 없이 막 서로 나눠주시곤 했다.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는데....

그것이 너무 신기했던 순간이었다.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일을 안 하는 날이었고, 오후에는 은행 투어를 했다.

하나은행-기업은행-씨티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평소에는 하지 못 하는 일이라 몰아서 이렇게 하게 된다.

저녁에는 또 상상마당에서 영화를 보았고,

다음날 오전에도 또 영화를 보았다.

그날 오후에는 동문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동문들도 보고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날이었다.

뭔가 사업을 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네트워킹을 해도 뭔가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그런 행사였다.

어쩌다보니 뒷풀이 자리에 가게 되었고, 남들은 다들 일찍 가는데...

어쩌다보니 새벽 3시까지 남게 되었다.... 집에 오니 4시 반쯤..

그리고 일요일에 또 영화를 보았다. 이번엔 GV가 있는 영화였는데, 사실 굿즈 상영이었고 그 천가방이 너무 귀여워서 보게 됐는데..

GV도 참 좋았다. 특히 감독님이 함께하는 GV는 되게 많았는데, 주연 여성 배우께서 함께하는 GV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귀했다.

끝나고 싸인도 받고ㅎㅎ:)


그 다음주.

사실 월요일 저녁에 준비하던 행사가 있었다. 학교에서처럼 했으면 그날은 뭐 다 필요없고 행사 준비만 했을텐데,

이곳에선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5시에야 가서 준비를 돕고 행사를 치뤘는데...

행사 자체는 무난하게 끝났다. 다만 연사의 강연이 생각보다 별로인 부분이 있었고..

이것저것 돈은 많이 썼는데, 뭔가 실속 없는 느낌.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뭔가 같이 정리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지 않을까 했는데.. 다들 집에 가느라 바빴던..

청중들의 모습도 그런 면에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 주에도 일을 안 하던 시간에 영화를 보곤 했다.

당시에 상상마당에서 씨네 아이콘이란 행사를 해서 아직 개봉 안 한 영화, 이미 했지만 다시 하는 영화 등등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놓친 영화도 다시 볼 수 있었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거기에 4시간에 육박하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까지...ㅎㅎ

12월의 여러 주는 영화로 가득한 달이었다. 참, 어떤 영화를 보러 가서는 우연히 지인을 만나기도 했었던..


12월의 마지막은 걱정이 많은 날들이었다. 독일에 놀러간 친구는 돌아올 즈음이었고, 병원에 자주 들러야 했다.

그 와중에도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었고, 여의도에서 하는 크리스마스마켓에 가보기도 했다.

뭔가 예전처럼 연말 감성을 많이 느끼지 않아서 그런지 큰 감흥이 없었다.

더구나 한국의 주변 모습이 너무 잘 보이는 곳인데다 한국인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어느 수요일에는 군대 이후에 오랜만에 파파이스를 가보기도 했고,


연말에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2017년의 우리들> 공연에 갔다.

아, 그 공연의 예매는 라라랜드 1주년 상영을 하던 날 그 시각에 해야했는데, 앞번호로 성공했던 후일담...

독일에 다녀온 친구를 다녀오고 나서 처음 만났고, 그날도 그는 (즉석)떡볶이를 먹었고.. 함께 공연을 보았다.

스탠딩이라 골골대고 힘들어했지만ㅠ 나만 더 신났는지- 정말 좋았었다.

끝나고 맥주를 마시러 돌아다니느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북적거렸고.. 연남동쪽에 와서 어떤 곳에 들어가 마구 마셨다..

친구는 다음날 왜 자제하지 않고 그냥 마시게 냅뒀냐며...


그리고 그 친구와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익선동에서 만났다. 나는 왜 그 동네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거지..

그 주변은 되게 많이 지났는데-

그 친구와는 사실 전날 공연을 기다리던 시각에 연락을 했었는데, 연말이라 한국에 왔다고 했다.

아, 사실 한국에 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만나자고 말을 하기는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같이 있던 친구 덕에 급번개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익선동에 자리를 잡지 못 하고(사람이 워낙 많아서) 종로쪽의 카페로 나와 얘기하다 헤어졌다-

집에 갈 때쯤에 눈이 왔나, 비가 왔나 그랬던 기억-


그렇게 한 해가 지났고, 정말 쏜살같이 빨리 지난 12017년이었다.

Posted by 빵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