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7. 23:20

두 개의 회의에 들어갔다.


첫번째 회의는 조금 덜 치열하고, 편안하다길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보다 내 눈에 들어왔던건 회의의 구성원들이었다.

전체 13명 중 1명이 여성, 12명이 남성.

45+세가 9명, 45세 이하가 4명 (그 중에 2-30대는 2명쯤 되려나 싶고)

평소 상당히 편중된 집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상상하던 회의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아무튼 그래도 시작해야하니까 시작.

홍준표처럼 생긴 아저씨가 첫 주자였다. 근데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만큼 얼버부리고 있었고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 뭐 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말을 시작한거였다. 뭘 얘기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발음도 부정확하고... 어쨌든 그의 말이 끝났고, 그는 일어나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문제제기를 하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는 깜짝 놀라서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근데 말을 듣는 태도가 마치 '니가?ㅋ" 그런 느낌의 홍준표 같은 사람이어서 조금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어서 다른 팀의 상대적으로 조금 젊은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을 하는데 들리지가 않았다. 나름 목소리도 큰 것 같은데.. 라고 이제 좀 더 집중을 하고 들어보니 발음이 씹히는 것 같았다. 삼킨다고 해야하나,

와 나 그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음이 좋은 편이었구나... 라는 걸 절감함. 말을 하는데 말이 들리지 않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 앞의 사람과 더불어.

그런데다가 혼자서 흥분해서 막 쏘아붙이고 있었는데, 그 또한 매우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치열한 회의가 아니었을뿐더러, 그 누구도 그런 태도가 아니었는데 혼자 엄청 흥분해서...하하하


한 분 있던 여성분은 어떤 개발 분야가 아니라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약간 당하는 입장이셨는데 그래도 나름 잘 반박하셨다. 


그나마 나이 있고 조금 여유있으신 분께서 되게 잘 정리해주셔서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어떤 제품 개발의 각 부서별 담당자들이 대부분 남성에, 나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해서 과연 현 시대를 잘 반영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품의 기획 단계가 아닌 개발 과정이니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기론 기획 단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늘 최종결정에는 나이 많은 남성들만 모여서 진행된다. 그런데 대체 뭘 반영할 수 있나.

물론 그들도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잘 반영할 수도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뭐 그런 말도 있지 않나.. 그 사람의 꼬까신을 신고 걷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나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는 모든 이들의 입장에 서 본 사람이 아닌데, 지나치게 편협한데... 모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나.




두번째 회의.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어느 외국에 있는 곳과 화상회의+담당자간의 회의였다.

이 회의에는 화상 16명(현지인 4명), 한국 11명이었고 전부 남자였다. 


이 회의는 꽤 치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본 광경은 예상과 좀 달랐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어떤 특정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데, 별로 치열한 느낌이 없었고 되게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졸기까지 했다. 그러다 그쪽 현지 직원이 영어로 막 얘기를 하는데, 처음엔 이게 뭔가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회의의 순서가 각 담당자별로 자신의 안건을 쭉 말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일부 받은 후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현지 직원의 팀이 속한 곳의 차례 때 현지 직원이 영어로 얘기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웃긴 건 다른 한국분이 그 영어를 알아듣지 못 하고 누가 통역 좀 해줘봐 라고 얘기를 함.

아니 나는 다 같이 영어로 얘기하는 그림을 상상했는데, 한국어로만 얘기하고 현지 직원에게는 따로 영어로 어떤 결론이 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를 안 해주었다. 이게 협업인가...


아무튼 그렇게 쭉 늘어지다가 마침내 퇴근시간이 가까울 때쯤 우리팀의 차례가 왔고, 우리의 안건을 하나둘 얘기하는데 하나같이 핑계대며 곤란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하하하




두 번의 회의 모두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 너무도 달랐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걸 절감하는 어느 날이었다.

매번 이렇진 않겠지만

Posted by 빵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