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4. 00:45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매년 연말마다 연말의 분위기를 느끼고,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막 감성에 빠져서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을 쓰곤 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4년 전 즈음부터 그런 느낌을 잘 받지 않았고, 연말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 하고, 정리하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학교를 떠나는 시점에서도 뭔가 정리해봐야지 생각을 해도 별로 생각나는 게 없고, 특히 앞의 3년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 이후의 4년은 매 순간순간마다 기억나는데. 최근 4년의 순간들이 더 소중했던 것도 있지만, 그냥 시간이 오래된 탓인지도.. 이런 탓에 지금 정리하는 글을 쓰면 너무 최근의 일에 편향된 글을 쓸 것 같다.


어제 졸업이 확실히 이뤄질(?) 예정인지에 대해 문의를 해보았다. 내가 아무리 요건을 다 채우고, 몇 번이고 검토를 해보았다고 하더라도 혹시나 잘못되었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불확실함탓이다. 학교 다닐 때 징계를 받은 적도 딱히 없고 사고친 게 없다고 하긴 그렇지만,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 안심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다. 다행히 학과의 상위 대학의 심의에서는 통과되었다고 하고, 그쯤되면 별일이 없을 것 같다. 아마 99%의 졸업예정자들은 졸업을 하겠지만, 혹시 내가 그 1%가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 때문인지.

4년 안에 졸업할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게 7년 전인데,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다. 4년 전의 어느 날에는 교환학생 출국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그 해에 졸업할거라는 생각에 '졸업 전에 뭘 해보면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려서 주변 선배들의 의견을 받기도 했었더란.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을텐데. 물론 7년 동안 오롯이 학교에 있던 게 아니고, 학교에 있던 기간만 생각해보면 딱 4년이긴 하지만, 어쨌든 학사과정 학생으로 지낸지 7년이 되었다.

졸업 후의 일에 대해서도 프랑스 친구가 프랑스에서도 많이 있는 일이라고 얘기를 해주어 괜히 용기가 더 났다. 뭐 용기가 나고 말고 할 게 없지만..


몇 가지 돌아보던 중 문득, 졸업하게 되는 이 시점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금액이 하나도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나 특혜를 받아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8학기는 모두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대체할 수 있었고, 마지막 학기는 수강하는 학점이 적어서 다행히 몇십만원 수준으로 막을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학기 직전에 공모전 같은 것을 통해 상금 같은 걸 받을 수 있어서, 그걸로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도 3년 전에 취업을 하긴 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야 한다고 했던 형, 누나들을 본 적도 있었고, 그들은 졸업하는 시점에 이미 1-2000만원의 빚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나에게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참 막막했을 것 같다. 그나마 취업이 바로 된 사람들이라 저 정도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늘 불안함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어떤 청년을 위한 공약으로 학자금 대출 이자와 관련된 공약 등이 나올 때 그에 대해서 공감하고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하지만, 별로 와닿지 않은 것도 그런 탓이다. 만약 실제 겪었다면 또 다르긴 했을거다. 그리고 반값등록금 정책의 경우 장학금을 통해 반값 '효과'가 아닌 등록금 자체가 너무 천정부지로 올라서 반값은 물론 더 많이 내려야 한다는 것에도 역시 매우 공감하는 편이다. 독일에서 등록금이 없는 것을 경험해보기도 했고. (학생회비로 7만원, 지역 대중교통 이용권을 포함해서 25-30만원 정도를 한 학기를 내는 곳을 생각하면.. 독일도 일부 주에서는 올해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100-20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는다고 한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이제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고, 아직은 학생인 것 같은 마음인데 아쉽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30살이 되어가도록 대학원생으로,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는데, 나는 아니라니까.. 그래도 그동안 흔히 어느 학교의 학생이라고 규정되어 왔는데,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을거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 같기도 하다. 대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규정하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자신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아무튼 독일에 있을 때 나중에 다시 독일에 오겠다고 말을 했는데, 이전처럼 길게 지낼 수 있는 기회는 당분간 없을 예정이고, 유럽 지역에서 만 26세 이하(한국에선 주로 만 24세이지만ㅠ)라서 받았던 혜택들도 몇 년 안에 사라질 일들이다.. 흑

아, 어제는 독일에 계신 분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참 반갑고 가까운듯 하면서도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게 아쉬웠다....


이제 더 이상 방학이 없다니...


너무 뻔한 얘기를 쓸데없이 길게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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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빵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