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3. 22:09

6월을 어떻게 보내나 되게 막막함이 있었는데 어느덧 끝나간다.

요즘 들어 유난히 너무 이곳의 일에만 관심을 갖고 살게 되어버렸구나...라는 걸 부쩍 느끼던 중이었다.

최근에 새로 나온 것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고, 소식을 듣고.. 그러는 중인데

생각해보면 반년 전, 아니 그 이전 어느 시기에도 나는 지금 매일 듣는 소식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 대신 다양한 다른 분야의 소식에 대해서 듣거나 접할 수 있었다.

그게 나름 큰 즐거움 중 하나였고, 신선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더욱 뭔가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요즘은 다른 회사에 있는 친구와 메신저로 주말 계획을 서로 묻곤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내나 궁금하기도 했고,

예전에 내가 이따 저녁에 뭘 한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그때 나에게 말을 걸어본 게 신의 한수였다고 했던 것이 떠올라

그냥 아예 그렇게 서로의 주말에 대해 묻다보면 내가 알지 못 하는 주말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도 얘기하다 보니 나보고 이번 주말에도 알차게 보낼 예정이구나.. 라고 하던데,

뭐 나는 예전엔 주말에 잠자는 것만으로도 알차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던지라....




지난 주말에는 서울도서전에 가서 안녕둔촌주공아파트x가정방문 책을 샀다. 33000원. 책도 무척 두꺼웠다.

그동안 안녕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를 2014년인가 즈음부터 팔로업하던 중이었는데..

아, 그래서 2015년 초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하던 독립출판 전시에 가서 책을 읽어봤었다.

기대와 다른 부분이 있긴 했지만, 당시에는 독립출판을 처음 접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최근 1년 사이에 가정방문 프로젝트를 한다는 글을 보았던 것 같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기도 했고, 학생이라 텀블벅 펀딩에 참여하는 건 좀 부담되었다.

(사실 녹색광선 펀딩도 별 생각 없다가 다른 선배를 만나 펀딩 얘기를 들었고 하게 된 거였다.

그 때 면접비 받은 게 있으니까 그걸로 쓴다고 생각하지 뭐- 하며 했었지, 그런 소소한 수입이 없었다면 안 했을지도..)


그랬던 내가 이번 도서전에 가서는 독립출판 책을 사기로 먼저 결정했고, 뭐 사고 싶은 책은 많지만 모두를 살 수는 없고..

요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고, 그런데 가정방문 책에는 그동안 살아온 시간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것 같고,

그들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겠다 싶어 냉큼 구매했다. 어떤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요즘 읽고 있는 소설책들이 재밌어서 당장 읽고 있진 않지만, 기대를 충족시켜주리라 믿는다.


* 아 참, 내가 서울도서전에 갔던 날, 6월 17일 경향신문 토요판에 안녕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커버스토리 - 굿바이 둔촌주공]헌 집 주면 새집 준다지만 고향도 재건축이 될까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62209005&code=940100




이 밖의 다른 소소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 왼손을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한 노력. (왼손잡이 되기 프로젝트...ㅋㅋㅋ)

먼저 왼손을 주로 쓰는 사람을 특별한 사람을 취급한다거나 공격의 의미가 없음을...


어렸을 때 가끔 집에서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곤 했다. 하지만 어려워서 이내 곧 실패했고, 연습도 하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발은 달랐는데, 학교에서 축구를 할 때 오른발 위주로 쓰다가 왼발도 쓰고 싶어서 왼발도 한참 연습했고..

그 덕에 나는 왼발로 공을 차는 게 더 편안한 사람이 되었다. 아니 양발 모두 익숙한데 굳이 선호하자면 왼발...?

(사실 그래서 한쪽 발로만 축구를 잘 하고, 다른 발로는 전혀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튼 그랬던 나였는데, 그래도 왼손에 대한 동경은 끝이 없었나보다.

고등학교 때는 당시 쓰던 노트북의 터치패드를 왼손잡이용으로 설정해두고 사용하기도 했었고...

그러다 대학 때는 젓가락은 아직 못 하겠지만, 숟가락이라도 왼손으로 익숙하게 쓰자 해서

열심히 연습해서 이제 숟가락 정도는 왼손으로 잘 쓸 수 있다.

그래서 밖에서 밥 먹을 때 밥과 국을 왼쪽부터 차례로 놓는데, 나는 앉으면 바로 그 둘의 위치를 바꾸곤 한다.

그리고 음식을 퍼서 먹을 때도 왼손으로 집게나 도구를 사용하고,

수저도 항상 식판 왼쪽에 두고(그러나 어떤 식판들은 아예 수저가 오른쪽에 놓이도록 공간이 만들어져있기도 하고...-_-)


그러다 요즘 병이 걸렸다.

얼마 전 봤던 벨기에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의사도 왼손잡이였고,

작년에 열심히 봤던 jtbc의 모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도 왼손잡이였고,

뭔가 주변에서 왼손잡이를 무척 많이 봤었다. 그게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냥 멋있었고 다시금 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런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요즘 자기가 들은 얘기 중에 가장 웃긴 얘기라고ㅋㅋㅋㅋ 미친놈 취급하였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은 왼손을 거의 못 쓴다며 응원해주었는데!)


아무튼 요즘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손목시계를 항상 왼손목에 찼는데, 이젠 오른손목에 찬다.

그동안 오른손으로 하는 일이 많으니 걸리적 거림이 덜했는데,

오른손목에 차니 뭔가 할 때 걸리적 거려서 왼손을 더 많이 쓰게 될거라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일할 때는 걸리적거려서 시계를 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왼손목에 차고 있는 나 자신을 매우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래도 한 10일 가량 됐더니 이전보다 그런 빈도가 줄어들었다..


아 그리고 글씨 쓰기 연습하려고 예전에 다른 용도로 뽑았던 모눈종이 같은 걸 가져왔고,

왼손으로 젓가락질 연습도 조금 해보고 있다.

젓가락 양 끝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서 식판이나 그릇에 대고 움직여야 같은 선상에 두는 게 가능하다는..

오른손으로는 잘 되는 것이 어떻게 왼손으로는 이렇게까지 안 될 수 있나 신기하지만 차근차근 연습해서 해내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어린이용 젓가락 잡는 보조도구를 살까라는 미친 생각도 했다ㅋㅋ




그런데 이런 짓을 하고 나서 새로 발견한 것들이 좀 있다.

생각보다 왼손잡이인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고,

내 주변의 표본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주변 여성들의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어떤 요인이 있는 것일까, 주변의 표본이 그저 그런 것일까..


얼마 전 내가 다른 분을 대신해서 참석한 회의에서도 담당자가 왼손으로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었고,

식당에서 자주 마주치던 동기도 왼손으로 밥을 먹더란,


물론 한국에서는 왼손잡이가 억압받던 환경이었고,

많은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만들어진 환경이라서(예를 들면 지하철 개찰구...)

더 적어질 수 밖에 없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 수동변속기 운전과 주차

운전 자체는 크게 대단한 일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가솔린 차량을 가지고 운전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 운전해보기 전까지만 해도 뭔가 자신이 있었는데, 실제로 운전을 하다보니 자신이 없어졌고...

그래도 나름 운전하다가는 시동을 꺼먹는 일이 없었다. 정지해서 다시 출발할 때 조금 문제가 있었을 뿐...?


그리고 다른 사람이나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후진 주차도 잘 해내었다!

나름 ground guide를 많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차를 집어넣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바깥의 시선으로 고민을 많이 해보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후방 카메라가 있는 다른 차를 가지고 운전해보니 그건 훠얼씬 쉽더란ㅠㅠ


아직도 여전히 개인용 승용차라는 것이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대상이라서

당장 살 일은 없지만 넘나 어렵다... 자동차가 뭐가 그리 대수라고...



- 예/아니오 라는 대답을 자제하기

최근에 다른 사람이 예/아니오로 대답가능한 질문을 하면 거의 항상 네...로 대답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도 하고, 예/아니오로 모든 말이 재단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아예 예/아니오를 안 쓰기로 노력했다.

예를 들면 "~~~ 했니?" 하면 보통은 네/아니오 로 대답을 했을텐데,

일부러 했어요 아니면 안 했어요 라고 대답을 하는 식이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냥 요즘 하려고 하는 변화 중 하나라서 적어보았다.



- 중요한 회의에 대신 참석

이전에 몇 번 다른 사람의 회의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책임자로 참여한 회의는 아직 없었는데.. 밤샘근무를 마친 분 대신해서 처음으로 회의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이전에 봐왔던 경험이 있고, 회의 안건이 단순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회의 들어가기 전에 어떤 flow로 얘기하면 좋을지 미리 적어보았고,

막상 가니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4명 밖에 되지 않아 그렇게 부담되는 자리는 아니었다.

거기에서 회의를 이끄시던 분도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고 계셔서 막 놀라고...

(근데 글은 오른손으로 쓰시더란ㅋㅋ)


플랜 A는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고 바로 플랜B를 제시.

여기서부터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는데, 의외로 쉽게 납득이 되었고 협상(?)이 타결되었다.


다만 이것이 어떻게 기록되는지 몰라서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다.

내가 말한 것이 현장에서 납득된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기록에는 또 다르게 남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이 다 될 즈음에 결과가 정리된 것이 메일로 왔는데, 적어도 내가 말한 부분이 부정된 것 같진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원래 담당자께서 메일을 다시 보냈던데, 어떤 부분을 모호하게 하지 말고 확정해서 적어달라고 하셨다.

그러고 내 자리로 오셔서 잘 했다며, 어떤 점들을 보완하면 좋을지에 대해 말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어떤 말을 해서 좀 실수한 것 같다고 하자 어떤 말을 하면 좋고 안 하면 좋을지 등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아무튼 그렇게 첫 단독 회의는 무사히 끝남-



+ 마일스톤은 아니지만,

금요일에 실험을 하다가 늦어져서 최초로 5시 퇴근을 하지 못 했던 날 퇴근버스로 가던 셔틀을 탔을 때,

"**씨는 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실험하는 모습이 가장 행복해보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약간의 일중독 증세도 있고...

근데 그렇게 좋아보였나ㅋㅋㅋ 그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이미지를 쌓아가는 것도 크게 나쁜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실험도 주도적으로 하고 뿌듯했던 날-

내가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이겠으나..

Posted by 빵끼